30년의 기록·여성의 관점통해 바라본 ‘동학’  

동학연구 전문가(박맹수)가 30년간 축적해 온 자료와 연구성과를 토대로 2013년 겨울부터 본격 취재와 창작에 들어간 지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여성동학다큐소설(13권)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출발점이자 '오래된 미래'라고 평가되는 동학의 실상을 '생명을 낳고 살리는 여성'의 관점으로 재조명해 소설화했다. 이번 작품이 문학사적으로나 근현대사 이해에도 새로운 전기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3권으로 된 여성동학다큐소설은 매주 3편씩 11월 초까지 12권이 나왔고, 올해 말 13번째 책이 출간된다.

13권 각 권은 한 사람의 작가(경상도 편은 공동창작)가 쓴 단행본으로 작가들은 각 지역을 전담해 그곳을 중심으로 한 소설을 완성했다.

15명의 여성 작가들 자료 조사와 인터뷰, 집필과정에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문자 그대로 통곡과 산고 끝에 작품들을 완성했다.

이 소설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여성적인 관점이 강조되고, 대체로 부차적인 역할로 그려지던 여성을 역사의 이면에서 때로는 전면에서 활약한 주체적인 존재로 되살려 내고, 역사적 사실(다큐)과 그 빈틈을 배우는 상상력(소설)으로 동학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내포에 부는 바람 

(내포 편)

이 소설은 충청 서부 지역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홍주, 덕산, 보령, 해미 등지를 아우르는 '내포'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나 충청도 내륙과 연결되고 교섭하면서도 독립적인 전투 군락을 이뤘다.

동학으로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와 해방 세상을 이뤘다가 홍주성 전투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내포 곳곳으로 흩어져 죽음보다 더한 고난을 견디며 훗날을 도모해 나간 내포 사람들의 동학이야기이다.

충청도 서부 지역의 중심인 내포지역은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하고 교통이 발달돼 일찍부터 비교적 부유한 삶을 누리던 지역이었다. (지음 박이용운/ 모시는사람들/ 1만 1000원)

 

 

◆비구름을 삼킨 하늘  

                                  
(공주 편)

이 소설은 동학농민혁명 막바지에 최대의 전투인 '우금티 전투'가 치러진 곳이지만, 그전 공주집회(1892)를 통해 동학도들이 본격적인 항쟁에 나선 출발점이기도 한 공주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공주 유생으로서 동학군에 합류한 이유상(실존인물)과 그 주변 인물들(실존+가상)을 중심으로 20년 전의 1871년 영해교조신원운동(이필제란)부터 시작해서 역사책에 단편적으로만 전해지는 기록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과 사람들의 한과 눈물이 있었는지, 어떻게 오늘을 만들어 왔는지 우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음 이장상미)

◆세성산 달빛 

(천안 편)

이 소설은 충남 목천 세성산 전투의 주역이던 천안(목천)지역 동학도 이야기이다.

세성산에 웅거한 동학군들은 우금티 전투에 앞서 일본군의 전력을 분산시키고자 했으나, 크게 패하면서 세성산(細城山)은 시성산(尸成山:시체로 이루어진 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많은 동학군이 죽음을 당했다.

이 지역은 동학 경전을 일찍부터 간행하고 양반들의 동학 입도가 줄을 이을 만큼 동학에 우호적인 지역이었다. 작품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상상력의 풍부함이 돋보인다. (지음 변김경해)

 

◆은월이
  

(연산 대둔산 편)

이 소설은 혁명 상황으로 치달아가는 1890년대 전후 연산 지역의 여성 동학지도자 은월이와 그를 따르는 소장 동학 도인들이 어떻게 세력을 구축해 나가며 혁명을 준비하는지 생생히 그려낸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의 최후 항전지인 대둔산 싸움에 이르는 과정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 일본군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만큼 동학군의 저항이 완강했던 곳으로 최근에서야 그 실체가 드러나는 연산전투를 처음으로 소설화했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