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방문의 해

아주 얌전한 유학자가 있었는디 벼슬만 허면 떨어져요. 
일생을 두고 소원인 인자 얼마 안남었단말여. 아내가 무명베를 줌서 
\"가서 장에 가서 팔어 갖고 오쇼.\" 
근디 양반은 그때당시 안가 장에를. 
헌디 이 양반은 원체 맘씨가 좋은 양반이라 부인이 시기는대로 혀. 
무명베를 끄리고 가는디 누가 사는 사람이 없어. 
어떤 사람이 무명베 한 켯을 갖고 와서 서서는 오후까지 있단 말여. 
그런게 \"아, 영감님 이 무명베 팔랍니까?\"  \"예.\" 
\"지가 팔아드린다고\" 아, 젊은 친구 고맙다고\" 
사실은 그게 도둑놈여. 해가 뉘엿뉘엿 갔는디 안와. 팔아준단 사람이 안와. 그런게 돌아옴서 생각혀.  
내 무명베를 팔라고 밤새도록 이 친구가 얼매나 욕을 보는고 험서 집이를 온게. 망구가 있다가 빈걸로 언게. 
\"무명베 어딨소?\" 
\"글세, 말여. 내일 아침에 새복밥 좀 혀달라고. 젊은 친구가 밤새도록 내 무명베를 팔라고 애쓰는디 
내일 아침에 일찍 가서 거기 가서 있어야 허지 않겄소? 팔어서 날 찾으로 왔다가 내가 없으면 얼매나 섭섭허겄소?\" 
그 망구가 알지. 알아. 그 시장 인심을 알지. 먹고 떨어진 것을 간다고 헌단 말여. 
그 부인 역시 얌전혀. 그서 새복밥을 혀서 준게 먹고 그 자리 가서 섰어. 
그날도 그 도둑놈이 어디가서 뭐 먹을 것 없나허고 돌아댕기다보니 그 그지같은 영감이 그 자리가 섰단 말여. 
거그서 도둑놈이 회개를 혀. 저 영감이 좋은 영감이구나허고 한 냥을 줬어. 
그때 무명베 한 켯이 닷돈인디 두 손을 잡고 \"젊은 친구 고맙소.\" 

많이 준 줄도 모르고 짊어지고 온게 수박이 그때 첨 나왔어. 땀을 뻘뻘 흘림서 막 날른게. 
\"헤이, 그섯이 뭐이요?\"근게 귀찮아서 \"예, 나귀알이요.\"그릿어. 
\"참말로 나귀알이요?\" \"예, 한냥이요.\" 한냥? 그렁게 싸거든. 근게 한냥을 썼어. 
\"이것을 갤라믄 어떻게 혀소?\" \"예, 망구가 사흘밤만 끌이고 자면 나귀가 나옵니다.\" 

망구가. \"그것 뭐이요?\" \"응, 나구알이여. 망구! 생각히봐 내가 평생 소원인디
이놈 깨가지고 나구타고 한번 더 가야혀.\" 그리서 말을 안혀. 아, 더운디 수박을 막 끌어안어줘 
\"품고 자라고, 품고 자면 나구가 나온다고.\" 그리서 처음에는 그런대로 놔뒀는디 자꾸 끌어준게
\"그대로 그냥 놔둬도 까는 것이라고.\" 그려도 자꾸 그려. 품속에 너무 근게 망구가 처음으로 화를 냈소. 
화를 낸 것이 수박을 들어서 마당으다 내리쳤어. 여름인게 토끼가 콩잎을 뜯어먹다가놀라가지고 도망가. 
근디 영감이 막 더듬어. 나구새끼를 찾을라고. 근디 저 안마을에서 암물소리가 나. 
그리서 나구새끼가 즈 에미 찾으러 갔나보다 하고 가. 

거그서 김부자라는 사람이 살아. 가서 김부자를 찾어. 아, 유학승이 왔거든. 유학승이라면 유명힛어. 
\"아 밤중에 우리집에 유학승이 왔어야-. 우리집 영광이다. 어서 문 따 들여라.\" \"김서방 있는가?\"
\"예\" \"나, 금방 나구새끼 하나 잃었네. 암물소리 듣고 왔은게 외양간 한번 보세.\" 김부자가 알지. 
그 형편에 나구새끼가 있을리 없고 그렇다고 유학승 비위를 거슬리면 안돼. 그려서 \"가보자고\" 갔어. 
그서본게 암물새끼가 있어. \"아이, 내 나귀새끼가 있다고, 여기와 있다고.\" 그서 김부자가 
\"아이 뺏겼다.\" 저 얌전헌 분보고 금방 남았은게 내 놓으라고도 못허고 유학자 보고 그릿어. 
\"유학자님, 이것은 젖을 먹어야 큽니다. 접을 먹여 유학승님이 타실 만허면 보내드리지요.\" 
마음씨가 좋아 거그도. 그려서 키워 보내줬어. 

그놈을 타고 서울을 가는디 계룡산쯤 갔던가 허는디 하얀 백발 노인이 나오더니 
\"어디가쇼?\" \"나도 과거 보러 갑니다.\" \"가서 잘 보쇼. 
근디 내말 한마디만 듣고 가쇼. 이 말이 서울 어디쯤 가서 탁 멈출겁니다. 거그서 제일 가차운 집에 가십시오.
\" 그러더니 어디만침 간게 말이 서. 그리서 가차운 집에 가는디 고대광실 높은 집에 문지기가 섰어. 
주인이 들은게 소란스러워. \"왜 그러냐?\" \"어떤 과객이 와서 들어올라고 헌당게.\" \"모시라고.\" 
그러고 저녁 먹고 문구멍으로 보닌게 의복은 남루허지만 무엇인가 다른데가 있어. 그서 들어가서 
서로 통성명을 허고 얘기를 허는디 지식이 상당혀. 이얘길르 허다가 쥔이 나가는디 생각을 혀. 
말이 왜 섰는가 대감 아니면 작은 베실아치라도 된단 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