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양반 손세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2.26
- 조회수 : 2304
※앞 이야기가 끝난 뒤에 조사자가 다시 홍순걸 제보자에게 이야기를 부탁하자 홍순걸 제보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보자는 비교적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시종 막힘이 없이 이야기를 했으며, 주위에는 10여명의 노인들이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고창군 무장면을 가면은 언촌이란 동네가 있는디, 손씨가 살었어. 애초에 손씨가, 손씨가 자자질 손허고 살았는디, 시방은 얼매나 사는 종 모르겄오. 이전에 손세손씨라고 허는 분이 글을 잘혔더랍니다. 게서 과운이 없었던가 어쨌던가 과거를 몇차례 봤어도 과거를 못 혔어. 그런게 지낼만헌 살림이 탕진이 되고 여러 차례를 보고 본게 나중은 갈 기척이 없어. 게서 살림을 마즈막 노작거려 가지고 가서 또 낙방이 되었어 그래서 인자 저녁으 그 신세 한탄으로 살림 없애고 과거는 못혔다는 그 의미하에 글을 지어 읊었던 모양여. 주상 전하가 잠양(잠행)을 댕기시다가 들어본게 참 잘 허는 글이여. 래서 문을 배그시 열고, \"저 선비 내일 별과를 뵈는디 별과나 볼 것이지. 그래 낙심헐 것이 뭐가있냐!\" 고 \"아, 내일 별과 뵌답디겨?\" \"그런디 상 우그다가 흰 병을 놓고 검은 보로 덮었는디, 이것이 뭣이냐 허믄, 이 속에 뭣이 들었냐허믄 학이라고만 허믄 맞는다.\" 고 그런게 다 맞는 일이지. 주상 전하가 혔은게 지대로 다 맞는 말이지. 그 이튿날 거그 갈때까지 학이란 걸 알았어. 근디 토방 우그 올라섬서 잊어버렸어. 아무리 생걱허야 몰라 아무리 생각혀도 깨닫들 못 허겄은게, 그렇게 섰은게 주상 전하가 물팍을 설설 더듬고 앉었어. 주상 전하가 그런게 눈치는 빨랐던가. 퍽이라고 그랬어. 그래서 허고 본게 학인디 퍽이라고 혔거든. 인자 토방 아래 내려옴서 생각헌게 학인디 퍽이라고 혔어. 어긋나 버렸지. 바깥에 나온게 어떤 사람 하나가 두르매기를 옷거름을 풀어 놓고, 급헌게 담막질을 치는디, 기왕이면 그 사람이나 가르쳐 줘야겄어. \"그 상 우그다가 검은 보로 덮어 놨는디 학이라고만 허믄 맞는다.\" 고. 이 사람은 헐레벌떡 헐레벌떡 와서 기양, \"이 속에가 무엇이 들었는고?\" \"예, 학입니다.\" 주상 전하가 앉았다가 세관보고, \"어떤 사람은 퍽이라고 허고, 어떤 사람은 학이라고 허는고?\" 그런게 세관도 먼여 왔던 이를 씨어줄라고 혔던 것을 모를 것이간디, 눈치가 \"혹, 어느 경우에는 학보고 퍽이라고 헙니다.\" \"그러믄 그 먼여 왔던 선비가 서운허니 어전 정각이나 지어주라.\"고 그래서 우리 젊어서 지내대니다 보면, 온천 앞으로 정각이 있는디, 후손 치레를 못 혔든지 퇴락되고 그래도만. 시방은 있은가 없는가도 모를는디, 과운이라는 것이 운이 있어야지 글만 잘헌다고 되는게 아녀. 손세준씨가 무장면 언촌리에 산 양반여. 이전에 그런 얘기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