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인간만도 못한 나라님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2.26
- 조회수 : 2419
※앞 이야기를 마친 뒤에 조사자가 제보자를 찾자 최기만 제보자가 자청하여 나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지만 한편 하겠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제보자는 기력이 쇠하고 치아의 결손이 심하여 발음이 불분명한 조건이였으나, 주위 노인들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섣달 대목쯤 되었던 모앙입니다. 나랏님이 높은데 올라가서 둘러 본게 요새로 12시쯤 된 모양여. 서울 장이 불을 다 껐는디 변드리 집이서 불이 하나 써갖고 있어. 저 집이는 기양 모시는가 비다. 허고 쪼츰쪼츰 가서 본게 집을 삼칸을 지었는디 잘 지었어. 앞문으로 간게 그림자가 썩 물러서, 저리 돌아가서 본게 봉창이 있어. 문궁멍을 뚫고 본게 없어. 근디 가만히 본게 정지서 딸그락 딸그락 소리가 나. 부인이 밥 조께허고 김치도 썰도 안헌 놈 갖과서 숟가락 2개 갖과서 설등이가 밥을 뜬게 각시가 김치를 휘휘 감어서 줘. 그러면 먹는디, 아, 둘이 먹는디 본게 참 맛있게 먹어. 나는 여태 저렇게를 못 먹었다허고는 집이 와서는 부인보고, 밥을 좀 가져 오라고.\" 허닌게 \"아, 무슨 밥을 가져 오라고 허냐고.\" \"아니, 밥이 조끔 먹고 잡픈게 밥을 조끔 갖고 오라고. 근디, 기치도 썰지 말고 그냥 갖고 오라고.\" 갖고 와서는 숟가락으로 밥을 뜯게는 부인이 또 김치를 휘휘 감어 놔. 그놈을 먹고는 소피를 허러 나와서 소피를 험서 본게 서울 장안이 냉갈이 나거든. 불이 났으면 한간디서나 냉갈이 나지 서울 장안이 그냥 냉갈이 나. \"서울 장안이 다 냉갈 속이라\" 고 헌게 부인이, \"아, 그럴 것 아뇨. 나랏님이 배고파서 저녁 밥을 잡숫는디, 백성들이 오죽이 배고파야 밥을 혀 먹을거여. 그것 밥혀 먹니라고 그런다고.\" \"허이, 내가 민간만도 못 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