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방문의 해

※홍 제보자가 앞 이야기를 끝마치자 뒤에서 듣고 있던 청중들은 제보자의 구연 능력에 대해
칭송했다. 조사자가 제보자에게 음료수를 권하면서 이야기를 부탁하자, 주위의 청중들이 밤 새워
이야기해도 다 못할 분이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조사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는데, 뚜렷한
목소리로 시종 막힘이 없이 구연했다. 주위의 청중들도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으며,
가끔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서울 이건영 이 판서가 있었어 이 판서가 사람을 잘 봐 근디 가매나리를 허고 살아 아들은
일찍 죽고.  근디 그 손녀가 당혼감이 있어 근게 그 과자부께서 그 시아부지가 손녀를
어떻게 여우자고 허까  그런게 그 과자부께서
/"아버님 아무개 여울라는디, 여워야 쓰겄는디. 어찌 아버님이 여우라 소리를 안허쇼?/"
/"음 니 자식을 니가 여운다 소리가 없는디, 내가 뭣이라고 햐. 여울 생각이 있냐?/"
/"아, 여울 나수가 아닌가라우? 사람을 귀해야 안 쓰겄오?/"
/"그래야 그 어떤 자리를 귀허냐?/" 예전에는 첫째 양반을 셨어.
/"집안 좋고, 잘 살고 또 그래야 안 쓰겄습니껴?/"
/"아따, 너 욕심 많다. 그렇게 귀헌디가 어디가 있댜?/"
/"아버님 잘 본다고 헌게 귀해 보쇼?/"
/"니가 그런다면 귀해 보마./"
그참부터서 나서서 각 처를 다 돌아 근데 사람은 쌔앗어도 큰 사람은 귀하거든.
나주를 와서 어느 오도막집에서 하나 나오는디. 씌게 생겼어.
/"야, 니 성이 무엇이냐?/"
/"허가요./"
/"이름이 뭣이냐?/"
/"목이요./" 그런게 어렸을 때 미숙선생을 만났던 개벼
/"부모 다 계시냐?/"
/"우리 어머니가 계시오./"
/"니그 어머님 좀 나오시라고 혀라./" 근게 나왔지.
/"당신 아들이요?/"
/"예. 그렇소./"
/"안 여울라우?/"
/"여울 낫수는 먹었소마는 누가 우리 같은 사람허고 혼인을 허겄오?/"
형편이 어렵고 헌게 허는 소리지.
/"내가 중매를 헐라고 그려요./"
/"중매를 허면 어디로 허실라우?/"
/"서울 이건영 이판서가 안있오. 그 손녀가 있는디, 그리 중매를 헐라고 그려요./"
그런게 얼토당토 안허거든. 혼인을 허게 헐리는 만무헌 일이거든. 그런게,
/"아이구, 그런 집에서 우리허고 혼일을 할랍뎌?/"
/"아니, 그건 내가 들면 혼인은 되요?/"
/"그러니 승낙만 허쇼./"
사람이 욕심이 있는 것이지. 암만 없어도 좋은 디서 허자고 허면 마다고 헐 리가 없거든.
/"그러면 알아서 허쇼./"
/"당신도 승낙을 허셨오 잉./" 허목보고
/"너도 내가 중매허면 장개 올라냐?/"
/"알아서 허시쇼./"
/"너도 인자 승낙을 혔다. 그러니 내가 중매를 허마./" 그러 놓고 와서 그 과자부를 대해서
/"아무게 혼인을 정했다니 그찌만 알아라./"
/"잘 살던가라우?/"
/"잘 살더라./"
/"사람은 어떻던 가라우?/"
/"아, 똑똑헌게 내가 손녀사위 삼을라고 허지 잘못 생겼으면 헐라디야?/"
하인을 심발 시길 때에는,
/"반드시 느그는 다녀와서 아씨보고 좋다고 소리만 해라./" 그런게,
약조헌 말인게, 하인 놈들이 양연해 심바람 갖다오며는 물을테지, 물론.
/"어쩌디야? 잘 살디야?/"
/"예, 잘 살죠./"
/"그러면 장개 올 총각은 어떻게 생겼대이?/"
/"똑똑허게 잘났어라우./"
대감이 시기는 대로만 허지. 장개 날 받아서 재개질을 채려와서 거그와서 고초허지 잉.
행여 마당에 들어왔는디, 장모되는 이가 얼굴 쳐다본게 우리 시아부지 사람 잘 본다고 허더니,
저런 것을 사우 삼우라고 데려다 논 것 본게 기가 맥히거든. 기양 발을 쭉 뻗어놓고 울어버렷어. 
근게 첫눈에 안들어오면 나중에도 눈에 잘 안들거든. 장개를 갔다온 뒤에 제양을 델러보내까.
미움 받어 논게 그양 델러를 안보내, 낫수는 차논게, 마느랜 종은 아는디 마느래가 묵혀 갖고
처가집이가 있는디, 하도 델러 안온게 손수 오던 거셔. 와서 사랑엘 들어간게,
그 처 장조가 앉았은게 고리는 좋아 허는 생개.
/"너 왔냐?/"
/"손님 왔다고 허면 밥 겸상혀서 나올텐게 너허고 나허고 여그서 밥먹고,
안으를 들어가야 시방 니가 대접을 못 받게 생겼다. 그런게 여그서 자자./" 
저녁 밥상이 나와서 먹고 그 처 장조허고 도란도란 허다가 잘 때가 된게 잠을 자자고 혀서 자는디,
한참 누워서 잠을 자는디, 잠이 오간디 마느래는 있는디 시방 사랑에서 자고잡까디.
처 장조가 그러라고 헌게 시방 그러고 있다가 한식 경 누워 있다가서는 자느가 호고 발을 실그시
얹어본게, /"뭔, 잠뜻을 허냐?/" 허고 내려 놓거든. 얼매쯤 누워 있다가 슬그머니 발을 얹인게 가만 있어.
처 장조가 잠이 들은 줄 알고는 일어나소 마느래 방으로 기양 가 버렸어. 가서 마느래허고 잤어.
인자 아침에 후닥 안일어 나던가. 장모되는 분이 딸이 언청 안나온게,
가서 문을 열어본게 달 혼자 자는 줄 안게. 열어본게 머리가 둘 있어 그나저나 문을 열었은게 들어갔어. 
들어간게 허서방이 일어나서 인사를 헌게 빤드시 앉아소 절을 안받거든 인사허면 고개를 트는 법여.
그런다고 혀서 인사를 헌게 고개를 요리 돌리면서 [고개를 좌로 돌려 시늉하며.] 허는 소리가
뭣이라고 허는고니,
/"정서방 혼인을 허라고 혀서 혔으면 이런 꼴을 안볼 것을./" 그 느닷없는 소리가 나오거든.
/"정서방이 누구라우?/"
/"영의정 사우 정서방도 몰라./"
/"그럼, 그 사람이 어쨌다우./"
/"시방 자네 같은 줄 안가? 아파서 곧 죽는 사람도 정서방이 가소 손대면 곧 낫어버러.
그래 영의정이 더 부자가 돼 버렸네 잉. 쌀이고 돈이고 막 갖다 줘서./"
/"참, 그 잘났는가 보요 잉./"
/"그럼, 자네 같을라디야./"
/"자네가 거기를 가? 자네 같은 사람은 사람으로 보도 않으요!/"
/"앗따, 그 잘났나 보요? 아, 사람을 사람으로 안볼땐 원판 잘났오 잉./"
듣기 싫은 소리만 허고 있다가는 아침 밥을 떡 먹고는 인자 영의정 집을 갔던 생여.
가서 사랑 앞에 들어간게 영의정이 관을 떡 쓰고 사랑에 앉았거든.
/"거 누군고?/"
/"예, 이건영이판서의 손섭니다./"
그러고는 쳐다도 안보고, 안 대문을 떡 들어가서 하인이 나오건든.
/"그 느그댁 새 서방님 좀 이리 나오라고 그러라./"
처남들 허고 정서방허고 장난들 허니라고 시끌짝 헌디. 하인 가서,
/"어떤 손님이 와서 새 서방 좀 나오라고 허요./"
그 소리고 저소리고 쓸디 없고 시끌짝 장난만 혀. 한식경 있다가 또 그랬어.  하인이 또 가서,
/"어떤 손님이 서방님 좀 나오시라고 그려요./"
정서방이랑이 문을 열고 요리 처다보고 눈을 마주쳤어. 그런 뒤로는 정서방은 정신을 잃어버렸어.
/"너 이놈, 당장 이리 못 나오겄냐?/" 사랑 앞으로 가서 딱 세워 놓고, 부작을 써 가지고 딱
붙이고 크나큰 놈의 이무기가 쭉 뻗고 죽거든 근게 겁이 날 것 아녀, 저게 뭔 일이냐 허고.
/"장개길을 태워 오다가 아문데 방죽가에서 쉬고 그 요짝으로 술을 먹으러 간 일이 있는디, 방죽에서 이
무기가 나와 정서방을 생켜버리고 환생혀서 정서방이 된것요. 그것이 변화가 되면 영의정 집이 멸
망을 허요. 그런 위험이 일이 있기에 내가 미리 와서 방침을 혔던 것이요./" 그런게 은인이 되었단말여.
/"그러면 그 여자는 어쩌겄냐?/" 헌게 꼽짝꼽짝 허더니,
/"비암 새끼 일곱 마리가 들었오./" 그러니 부작을 써 줌서,
/"배꼽 우에다 이놈을 붙임서 앉았다가 배암 일곱 마리가 빠짐서 후다딱 띠버려.
여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암시랑 안혀. 그러고 처갓집에 온게 정서방이 벌러 온 전곡이
거기에 해당이 안닿아. 이건영 이판서 집으로 옮기던 행여. 그 뒤야 우리 사우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