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방문의 해

※조사자는 원광대학교를 1시 20분에 출발하여 고창에 도착,
고창 군청에 들러 조사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군청의 소개로 고창 경노당을 방문했으나 고창 경노당은 군수의 면담관계로
채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고창읍내 인근에 있는 화평 경노당에 있다. 화평 경노당에 갔다.
화평 경노당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각각 10여명의 노인들이 소일하고 있었다. 조사자는
인사를 먼저 한 뒤, 군청의 용역부탁으로 조사를 하게 됐다면서 조사 목적과 의의를 설명했다.
노인들은 조사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뒤, 홍노인이 이야기를 잘한다면서 홍노인을 소개해 줬다.
그래서 조사자는 옆방에서 놀고 있는 홍노인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홍 제보자는 시시헌 얘기를 해도 되는냐면서 망설였다. 이때, 옆에 있던 노인들도 홍노인에게
신호장 이야기나 능주 다리실 얘기라도 하라면서 부추겼다. 조사자가 조사 준비를 끝내고
이야기를 청하자 제보자는 긱거이 응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 제보자는 조사자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이에 비해 건장하여 분명하고 똑똑한 목소리로 얘기했으며 시종 막힘이 없이 구연했다.

 예전에 능주 다라실이라고 있었어. 그러믄 화순군 이전리 합군이 되야논게 화순군 능주면이 되？？BR>지.
거그 가서 다라실이라고 하는 동네가 있는디, 양씨가 거그서 잘 지냈어.  양사주라고 사주를
잘 봐서 오늘날까지 이름이 있는 사람이 있어. 사주를 잘 좌 논게, 게서 그 근처 사는 김씨 한분이
한 삼백석 허는디, 아들은 늦게 낳고 또 낳든 못 하게 생겼으게 양사주를 데려다 유년 사주를
빼던 갑디다. 유년 사주란 것은 끝나는 데까지 보면 끝나거든, 20살 먹던 해까지 보고는 붓대를
놔 버리거든.그렇게 말하자면 스무살 위에는 더 볼 것이 없으게 인자 붓대를 놔 버린거지. 
그렇게 남의 귀헌 아들의 사주를 보다가 그 지경이 된게 양사주도 뿔껑 일어나서 나오는 것여.
주인으로서는 정신이 없어서 가자소리도 못하고, 멍허허고 앉었고, 이전에는 남녀가 한 방에 안앉는
때라, 애기의 조모님허고 애기 어마님허고 정지문에서 바깥에서 듣고 있어. 그러다 그 지경되고
양사주가 나간게, 애기 조모가 양사주보고,
/"잠깐, 머무시오. 그렇게 잘 보는 사주를 변통이 없오?/"
/"변통이 있지요./"
/"그러면 들어 가입시다./"
/"당신네 살림을 반분을 혀야 변통을 혀요."/
/"시방 반분을 해도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얘가 스무살 먹던 해에 가서 과거는 단정코 급제는 허는디,
급제를 해가지고 집에 못 돌아오고 죽소. 그렇게 그 얘가 살아와서 그 얘 손으로 반분을 해 도라는
거이지 시방 해 도라는 것도 아니오./" 
그러면 더욱 좋은 소리거든. 도로 앉아서 사주를 다시 빼는디, 난 생년월시는 그만 두고,
양사주가 새로 생월일시를 잡었다 그말여. 그래가지고 어린애가 어려서부터서 골수에 베기기를
난 생년월일은 쓸데 없고, 양사주가 가르쳐 준 사주를 가지고 생활을 해 나와. 
그러다가 스무살 먹던 해 서울로 과거를 보러가서 급제를 했다. 그말여. 급제를 해가
지고 집에를 내려올라고 오는 판인디, 소낙비가 쏟아져. 그래서 뉘 처매 안으로 쑥 들어섰다.
비가 개까 개까허니 안개고 해가 넘어간단 말여.  어두와지고 집시랑 밑에 서 있을 때,
어떤 여인 하나가 안 정지로 들어가는디 일색이여. 그 여자를 보고 마음이 좋지 않은 판에 날이
저물어서 주인을 찾은게 망구가 사는 집여.
/"여그서 하루 저녁 유숙해 갑시다./"
/"그러라고/" 그러거든 
저녁에 뭣을조금 주는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허고 정신은 시방 낮에 본 여자한테가 정신이 있어.
/"낮에 본게 안 정지로 들어가던 여인이 있는디, 그 누구요?/"
/"예, 내 딸식이요./"
/"그러면 나는 그 여자를 보고 생명을 보존허덜 못 헐 것 같은데 그 어쩌면 쓰껐오?/"
참, 겁난 소리거든
/"사람이 죽는다는디, 기양 앉어서 보겄오?/" 그런게,
/"가 물어 볼라오./" 갖다 오더니
/"우리 집에 온 손님이 너를 보더니 생명을 보전허덜 못 허것다고 허니 너 어쩔래?/"
/"사람이 죽는다는디 그냥 보고 앉어 있겄오? 들여보내쇼./"
근게 저녁에 거그를 갔단 말여. 저녁에 잤지. 그렇게 저녁에 밤새도록 비는 오지.
그 여자는 누구냐 허면, 대전 별감의 작은 마느래여. 대전별감이란 나라님의 하인이거든.
그러면 생사 직위가 있어. 능히 사람도 죽이고 헐만한 거시기가 있어. 
그래 해금진께 비가 개고, 구름이 개고, 달이 뜬게 휘양창창 밝거든.
그런게 대전별감이 작은 마느래 집을 온것여. 와서 본게 어떤 사람허
고 둘이 있거든. 장도를 빼가지고 쿡 찌를라고 생각헌게 그런 무지막지한 짓이 아녀.
초근초근 물어봐. 감서히도 무지막지한 짓을 헐 수 없으게 안주허고,
술허고 가져오라고 혀서 고기가 있으게 고기허고, 술허고 갖다 준게, 장도로 고기를 쓸어감서,
먹음서 저놈도 죽일 놈인게 한잔 먹여야 겄거든,
/"너, 술 먹을래?/" 이 사람은 어차피 죽을건게 뭣을 개릴 것이 없으게,
/"주면 먹지야./"
/"한 잔 먹어라./"
고기를 쓸어서 칼끝으로 쿡 찍어서,
/"아나 먹어라./" 어차피 에, 죽는 사람 손으로 가서 챙피스럽게 받을 필요가 없어.
그래 덜컥 받았어.
/"인지 되？慧？/" 하도 담대헌게. 또 고기, 칼끝으로 히준게 이중으로 받아 먹어,
그니 담대허거든,
/"너 몇살 먹었냐?/"
/"아무 살 먹었다./" 입맛을 다시더니,
/"너 생일 달이 언제냐?/"
/"아무 달이다./" 또 입맛을 다시더니,
/"어느 날이냐?/"
/"아무 날이다./"
/"시는 언제냐?/" /
"아무 시다./" 그렇게 양주사가 가르쳐 준 생년월시를 가르쳐 준 것여.
그러니 대전별감이 무릎을 탁 치면서
/"너허고 나허고 생년월시가 똑같다./"
그러니 그놈을 맞췄어. 대전별감의 생년월시를 맞춰서 준 것여.
/"너허고 생년월시가 똑 같다. 이 여편네가 니 여편네 하루 저녁돼서 쓸 거냐.
난 간다. 너, 여기 있어라./" 
대전별감 나간 뒤에 김씨도 날 새서 걸음막처로 막 나온게 양사주가 거기 섰어.
걸음막처가. 그래가지고 같이 와서 그 김씨의 손으로 반분을 해 줬어. 약속을 지켜야 하거든.
그리고 경험을 겪었은게 확실히 내 줬어. 재산 그놈 주어도 아깝지 않거든.
그래서 양사주가 그렇게 잘 봤다는 얘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