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소리가 중심이 되는 판소리는 구두전승 행위전승의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온 음악적 전통의 소산인 민속음악에 그 젖줄을 대고 있다. 판소리는 악보가 없으며, 원천적으로 악보없이 그 전승과 변이를 지속해나가는 예술이다.
무엇보다도 소리가 중심이 되는 판소리는 구두전승/행위전승의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 온 음악적 전통의 소산인 민속음악에 그 젖줄을 대고 있다. 민속음악은 그것이 인간의 삶에 의미가 있는한 기억 속에 저장되어 반복적으로 불려지며, 상당한 기간동안의 훈련과정이나 간접적인 교육에 의하여 다음 세대에 전승된다. 공동노동이나 생활과정이나, 훈련을 통해서 보다 나이 어린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성인이 되어 공동체의 노래를 완전히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자연스럽게 교육되며 이런 방식으로 그 계속성을 유지해 나간다. 이러한 지속성의 와중에서 새로운 상황이나 기술의 발전, 사회적 변화 등의 외적인 요인에 대하여 창조적 개인의 새로운 시도에 의해 노래에 변화가 생겨나고 이것이 공동체에 의하여 선택되면 다시 그 계속성을 유지해나간다. 이것은 민속음악의 존재와 전승의 속성으로서 계속성·변이성·선택성이라 한다.
판소리 또한 이와같은 계속·변이·선택을 그 속성으로 갖는 민속음악의 거대한 전통에 서 있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행위에서 행위로 전해진다. 그러므로 판소리는 악보가 없으며, 원천적으로 악보없이 그 전승과 변이를 지속해 나가는 예술이다. 즉 인간의 기억과 목소리의 구술적인 직접성에 의존하는 구술문화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악보는 문자성에 입각한 문화의 산물로 생동하는 악음을 가진 음악언어를 종이에 고정시키는 기술이다. 이와 같은 문자성에 입각한 기보법에 의한 악보로 판소리가 전승되었다면, 판소리는 지금의 판소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볼 점은 어떠한 기보법도 완전하게 직접적인 소리를 악보로 옮길 수는 없으며, 나머지는 연주자/창자가 악보의 지시에 따라 창조적으로 채워나가야만 한다는 점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민족들은 악보가 없는 자신의 음악적 유산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악보는 음악을 전승하는 하나의 수단이지 음악의 우열을 가리거나 목적까지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판소리가 구술문화에 입각한 예술이기 때문에 구두전승/행위전승의 메카니즘을 갖는 독특한 존재론적 특징을 설명하는 용어를 갖게 되는데, 계속성의 측면에서는 ‘제와 바디’, 변이성의 측면에서는 광대의 개성 자체에 의한 변이와 의도적인 변이 또는 개작으로서 ‘더늠’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자리바꿈하면서 ‘계속-변이-계속....’으로 변증법적인 관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료출처
- 최동현, 「『판소리란 무엇인가」, 에디터, 1994.
- 최동현, 「판소리 연구」, 문학아카데미사, 1991.
- 정노식, 「조선창극사」(복각본), 동문선,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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