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기포의 의미와 가치

동학농민혁명은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고부위주의 기설을 탈피하여 동학농민혁명의 주도적 영도력을 발휘했던 전봉준 장군의 태생지가 고창 당촌임을 밝혀낸 새로운 역사적 사실과 부패 척결을 통한 중앙정부에 대한 민중의 의지를 만천하에 떨쳐내고 반외세ㆍ반봉건의 기치를 내세웠던 <무장 당뫼골의 창의 포고문>을 선언한 제1차 동학 농민 봉기지가 바로 무장 기포지인 것을 새롭게 조명해 보면 이곳은 분명 동학 농민군들의 집결지로서 손화중 포의 남접 세력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다. 그러므로 동학 지도자와 고창 지역의 선비의식 그리고 이들의 추종세력인 농민군의 민중의식이 합세한 시발점이라는 고창지역의 특수성이 활기를 띄게 됨으로서 이른바 동학 농민혁명과 고창과의 관계정립을 높이 평가해야 할 줄 믿는다.

당초에는 전봉준 장군은 고부와 고창과의 합세의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이거해간 고부 땅에서 고부농민 위주로 농민 혁명을 의도했던 것은 여러 가지 사실 정황으로 볼 때 당연 지사로 시도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1894. 1. 10 고부관아를 들이친 이후 고부 농민들이 핵심적 참여가 이루어 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로 귀결 되었던 것이다.

고부는 동진강, 정읍천, 팔왕천, 초강천, 고부천 등이 그 관찰 지역 안으로 흘러 고부평야, 팔왕평야, 배들평야, 백산평야, 수금평야, 화호평야 등이 형성되어 비옥한 농토와 서해안의 풍부한 해산물까지 얻을 수 있는 천혜의 낙토로서 군내 제일의 곡창지대가 되어 전통적으로 지배층의 수탈 행위가 극심한 표적이었다. 더욱이 개항 이후에는 대일 쌀 수출항인 줄포 항까지 포용되고 있어 쌀 수출과 관련하여 지주제가 강화되고 농민들의 몰락이 가속화된 특수지역이었다.

1893년 11월 고부 배들(梨坪) 농민들의 보세감면 원성으로 익산 군수로 밀려났던 조병갑은 워낙 배경이 든든하여 임지에 부임도 않고 오히려 전라감사 김문현을 통해 자기를 비호하는 장개를 올리는 철저한 유임 공작의 성공으로 1894년 1월 9일 특별히 유임되어 고부군수로 재 부임하게 되었다. 이때 전봉준은 고부 농민들의 이와 같은 심성을 잘 유도하여 1월 10일 전봉준, 김도삼, 정익서 등 3장두를 중심으로 말목장터(이평면 소재지)에 걸군으로 참여한 수천 명의 농민들을 선동하여 원한에 사무친 군중들을 두 패로 나누어 고부관아로 진격하였다. 그러나 조병갑은 급보를 전해 듣고 몸을 피해버린 상태에서 관아를 습격한 농민들은 무기고를 부수고 재무장한 후 옥사를 헐어 죄인들을 풀어주고 부당하게 거두어 드린 세미를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질 나쁜 아전들을 처벌하고 만석보 밑에 새로 쌓은 원성의 만신보를 헐어냈다.

그러는 한편 전봉준 장군은 백산성을 수축하도록 조치한 후 1월 17일에는 말목장터로 진을 철수하였다가 1월 25일 백산성으로 다시 철수 하며 상황 변화의 기미를 체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정에서는 이 사태를 한 달 늦은 2월 15일에야 보고를 받고 조병갑을 잡아다 죄를 물어 다스렸다. 그리고 박원명을 후임군수로 임명하고 장흥부사 이용태를 안핵사로 보내 사태를 수습하였다.

박원명은 농민들에게 간청하여 폐정을 시정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농민 군중을 해산시켰으나 이와는 달리 이용태는 역졸 8백 명을 거느리고 3월 20일에야 고부에 도착 고부민란을 동학도들의 소행으로 몰아닥치는 대로 강압적인 횡포를 무자비하게 자행하여 농민들의 원한은 극에 달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고부 민란사는 봉건제 해체의 모순과 갈등 속에서 인내의 한계를 벗어난 가렴주구의 수탈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조병갑에 대한 분풀이로 그치고만 국지적인 농민항쟁의 보편성에 머무르고 만 셈이 되었다.

이와 같이 당시 정황으로는 전봉준 장군의 영도력도 본거지를 백산성으로 철수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순한 민란으로 동학 농민혁명의 불을 붙인 서막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두고 종래의 교과서 기록도 동학 농민 봉기가 고부라고 설명해 놓았을 뿐 역사적으로 철저한 규명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고부민란이 고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막연히 동학 농민 혁명지로 규정짓던 제3공화국 초기 때만 해도 사학계의 유수한 전문 학자들 까지도 단순히 고부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규정해 놓는데 그치고 말았다.

근대 한국사는 자생적 경로의 발전보다는 오히려 외세의 침략에 의해 거의 촉발되었다.
그러나 서구사회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수립하고 농민반란이 봉건제를 타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은 하였지만 봉건제를 대체한 사회세력은 신흥 부르조아의 헤게모니가 관철된 근대발전의 이행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은 농민층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이 근대의 주체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어 의병항쟁, 3.1운동 그리고 해방 후의 민중운동으로 맥락을 이었다.

갑오년의 농민봉기는 1862년의 임술 봉기를 비롯한 조선조 후기의 여러 농민항쟁의 정신을 직접 계승하면서도 잠재적으로 숨죽여 온 민중의식에 새로운 희망과 활로의 횃불을 밝혀 준데서 역사적인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것은 종래의 국지적인 농민항쟁의 성격을 떨쳐내고 전국적 규모의 농민전쟁으로 도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장에서의 제1차 농민전쟁의 봉기는 역사발전의 새로운 시대 차원에서 일어난 근대 민중운동의 단초가 되어 이른바 동학이 내세운 인본주의의 후천 개벽사상과 이에 뜻을 같이한 가난한 선비들과 농민들의 절대적인 호응이 맞아 떨어진 혁명적 기반위에 마침내 농민전쟁으로 확대, 전환 된 것이다.

전봉준이 동학의 남접도소(南接都所)가 있는 무장으로 옮겨와 손화중 대접주의 동참거병의 확약을 받아 냄으로서 훈련장이 있던 당뫼골(구수내) 갱변에서 봉기하기로 하여 3월 16일부터 모여든 농민군들이 4천을 헤아리게 됨에 수천개의 죽창을 깍아 만들고 총과 괭이, 낫, 가래 등으로 무장을 갖춘 농민군은 마침내 3월 20일 만천하에 창의포고문을 선포하고 전라도 일대의 동학접주와 농민들에게 봉기를 요구하는 창의통문을 파발로 알린 것이다.

무장봉기의 창의문에는 전근대적 지배질서의 해체를 통한 국민국가를 지향하는 큰 의지가 표현된 혁명적인 최초의 봉기 선언문으로 제？구민과 보국안민의 대의를 밝히는 4대명의(四代名義)의 선전포고문으로서 봉기의 목표와 농민군의 행동지침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창도하여 농민들의 꿈과 이상 실현에 값진 보람을 안겨 주었다.

3월 22일 무장, 고창, 흥덕을 경위 23일 고부 관아를 다시 들이친 동학 농민군은 백산성에서 동도대장소를 세우고 그 조직 편제를 새롭게 정비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무장의 창의 포고선언은 고부의 민란과는 그 성격이 현격하게 차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부패한 탐관오리들을 질타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라의 근본인 백성이 꺾이면 나라가 쇠진하게 됨으로 제폭구민과 보국안민의 당당한 대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민중의식의 개혁적 가치관만이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혁명적 시도를 주제한 것으로 압축하고 있다. 격문과 함께 새롭고 민주적인 군율을 실천하여 본격적인 전국 농민 전쟁으로 승화시킨 대의를 살려낸 것이다.

민란적 의미를 떨쳐 냄으로서 국태민안의 큰 뜻 안에 참다운 민중의식을 담아내려 한 것이요 역사발전의 위대한 혁명의식 앞에 의향 고창의 기상을 선제 발동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게 돋보이는 위대한 민권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