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면]줏대 있는 노름장이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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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 한사람은 참 정승으로 기가 막히게 벼슬 자리나 허고 참 잘 혀고 있는디 참 노 름을 허로 다니는 사람이 하나가 있어. 그런디 그 사람을 살펴 볼진데 집안 살림을 다 생 각도 안허고 노름만 허고 돌아댕겨. 그라고 돌아 댕긴게 하루는 자그 남자가 들어 온게로 개아침을 뒤져 본게 돈이 들어있어. 그 인자 쌀을 팔아다가 밥을 히서 이 아그들 들으라고 채려 온게 다한테다가 걷어다가 내브러. 나는 어쨌던간에 못된 놈 좋은 재산을 없애뿔고 이냥 이러고 대님서 이러 허거니와 내 중요한 자식을 어찌하야 도둑놈이 도둑질을 헌 뭣 이냐 돈으로 식량을 팔아다가 자식과 처자와 부모를 멕여서 쓸것이냐고. 그 소리를 누가 들엇느냐믄 그 정승 잘 사는 사람이 지내다가 이야기 소리 듣고는 참 그 말이 옳은 소리 로다. 그 이튿날 불러다 놓고는 \"내가 논을 여남지기 주므는 농사 짓겄는가?\" \"짓고 말구요\" \"그러믄, 더 주믄 더 짓것는가?\" \"그러믄 더 좋지요\" 아 그려서 논을 한 이십마지기 주었더니 노름도 작별하고 밤낮으로 풀을 뜯어다가 시방이야 비료가 흔허고 살기가 좋은게 그러지 옛날에는 개똥을 줏어다가 푹 썩혀가지고 안혔오. 아 그래가지고 이사람이 농사를 지어 가지고 살기 시작허는디 부모에게도 잘 허고 처자에게도 잘허고 자슥에게도 잘 허고 매사에 다 잘허고 살더라고. 그렇게 사람이 놀음을 헌다고 혀서 중정머리가 없는 것은 아니요. 중정머리가 있어도 한번 잘못 빠지믄 그럴수도 있고. |